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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림복지재단] 곰과 뱀이 옹해야 ! 아이콘 작성일 : 21년10월18일 08:59
글쓴이 : 유 감사 조회 : 877  

장마비가 오락가락합니다.
빗방울이 떨어진 자리에 물풍선이 생겨 흐르다 이내 터집니다.
콘트리트 건물에서 아스팔트위에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기는 아무래도 운치가

없습니다.
초가집 툇마루에 벗과 마주앉아 풋고추 안주로 막걸리 마시며 황톳마당에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는 맛을, 이제는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초가지붕 선을 따라 지스랑물이 쪼르륵 쪼르륵 떨어지면 처마선 생긴대로 마당이

한줄로 패였는데...
( 지스랑물은 낙숫물의 우리고향 말입니다만, 국어사전에서는 못봤습니다.)


빗줄기를 보고있으려니 정선아라리 한소절이 귓가에 맴돕니다.


비가 오려나 눈이 오려나, 억수 장마지려나....


정선 아리랑은 채록된 가사만도 400여 수가 넘고, 문자로 기록되진 않았으나 구전

되는 가사가 또한 부지기수이며 지금도 새로운 가사가 생성되는 살아있는 민요입니다.
정선 사람들은 아리랑보다는 아라리라고 말하기를 즐겨합니다.


오래전, 하춘화가 불렀던 노래 강원도 아리랑이 정전아리랑의 한 종류입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소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만구암자
유점사 법당뒤 칠성당에 모여모여
팔자에 없는 아들 딸 나달라고
백일 정성을 말고
타관 객지 외로이 떠난사람 괄세를 마소
정선읍에 올라가니 (물레방아는)
허풍선이 굴굴대는 사시장철 물거품을 안고
빙글빙글 요리조리 비비 배뱅글 돌아가는데
우리집에 그사람은 돌아올 줄 모르네.


아들놈 시켜서 인터넷에서 찾아 다시 들어본 하춘화의 노래는 역시 구성집니다.
따라 적어본 가사가 위에 적은 것인데, 그 노래에 (물레방아는)은 없습니다.
그러나 (물레방아는)이 있어야 뜻이 통합니다.
또, 팔만 구암자는 팔람 구암자라야 맞는겁니다.
팔람은 여덟개의 큰 절(가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20여년 전 최신해(1919~1991. 청량리 뇌병원장. 수필가) 선생의 책 <곰과 뱀이
옹해야>을 읽었는데,거기에 위의 정선아리랑에 대한 해설이 재미있습니다.


....팔자에 없는 아들 딸 낳게 해달라고 금강산 유점사까지 찾아가서 백일 기도

해봤자 소용이 없다.
소용없는 짓하지말고 타관객지에 외로운 나를 괄세말고 한번 안고 돌아가봐라.
허풍선이 궁굴대듯이 나를 안고 엉덩이를 요리조리 비비 배뱅글 돌려달라....
(그러면 아들 딸 낳을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가사를 해설하고는 허풍선이와 궁굴대다의 뜻을 풀이하였습니다.


허풍선이: 빗방울이나 물줄기가 떨어진 자리에 생겨나는 물 방울.
궁굴대다: 허풍선이가 물위에 떠서 빙빙 돌다.
이 얼마나 맛깔나는 말입니까!


물방울이 빙글빙글 도는 모습에서 여인의 엉덩이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입니다.


허풍선이의 사전적 의미야 "허풍을 떠는 사람"이지만, 정선군에서 발간한 <정선

아리랑>에는 "허풍산이"로 표기하고 물레방아의 물받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궁굴대다" 또한 하춘화는 "굴굴대는"이라고 노래하지만 저는 최신해 선생의 풀이를

그대로 믿습니다.(국어사전에는 없었는데,제 사전이 작아선지는 모르겠습니다.)


최신해선생은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의 아들이기에, 한 평생을 국어 연구에

바친 분의 아들이 자신의 수필에 허술하게 낱말풀이를 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쨋든,해설대로면, 참 에로틱한 가사입니다.
에로틱하지만, 음란하지는 않습니다.
정선 아리랑에는 또한 이처럼 해설이 필요 없는 에로틱한 가사도 많습니다.
하나만 소개하겠습니다.


앞산의 딱다구리는 없는 구멍도 잘만 뚫는데,
우리집의 멍텅구리는 있는 구멍도 못 뚫네.....


무슨 해설이 필요하겠습니까?


최신해 선생의 민요 가사 해설은 술자리에서 조금씩 얘기하면 모두가 포복 절도
자지러집니다.


하나만 더 얘기한다면 군밤타령 마지막에


...군밤이요, 에헤라 생군밤이로구나.


군밤은 구워서 이미 죽었는데 왜 生군밤이냐는 것입니다.
군밤처럼 둥글고 말랑말랑 따끈하지만 살아있는것....!


그책은 이미 절판된지 오래고, 제가 샀던 책도 그때 누군가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고있습니다.
책 빌려간 그사람이 누군지 기억도 나지않지만, 잘 읽고 잘 보관하고, 술자리에서 그
내용을 유쾌한 안주로 썼으면 합니다.


비오는 오늘, 해학 넘치는 우리민요 가사를 안주로 누군가와 소주 한 잔하고
싶습니다.


----달빛받은 박꽃 ----


추가: 정선에서는 매년 10월초부터 정선아리랑제를 엽니다.
아리랑의 가락에 취하고 정선의 절경에 취하고 정선의 인심을 맛보시길 권합니다.


추신 : 유감사가 학창시절에 잼나게 읽었던 기억입니다.

         옹해야 ! 는 경상도 지방의 민요로 보리타작할 때 '도라깨 질'하면서 부르는

         노래로 뒷소리에 옹해야 라는 입타령이 나오므로 옹해야라 부름니다.


 -->  책 표지위의 링크를 누르면 민요 '옹해야'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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