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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림복지재단] 가게 내놓은 사장의 기습 질문 "카페, 왜 하시려고요? 아이콘 작성일 : 19년05월08일 17:50
글쓴이 : 유 감사 조회 : 116  
전북 군산 지곡동 549-2번지에 그 카페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비틀스가 있고 멜로디 가르도가 있으며 '짙은'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인디 가수도 있습니다. 여러 단골도 있습니다. '그곳에 그 카페'는 카페 주인과 손님들의 이야기입니다. - 기자말

오후가 돼서야 잠에서 깬 나는 귀향 계획을 보류하고 서울에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전날 들렀던 그 카페에 다시 가고 싶어서였다(이전 기사 : 카페 주인입니다, 제발 카페 차리지 마세요).

카페는 전날과 다름없어 보였는데 의외의 변화가 하나 있었다. 우리를 맞이하는 주인의 태도였다.
 

"어제 오셨던 분들 맞죠?"


전날만 해도 퉁명하던 주인이 이날은 먼저 주문을 받으러 찾아와 우리에게 알은 체했다. 후배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웃었다. 주문한 술을 가져온 주인에게 합석을 제안했고, 그는 승낙했다. 이 카페에 온 목적이자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드디어 주인에게 던졌다.

"카페는 하실 만한가요?"
"아뇨. 쉽지 않아요."


그의 짧고 덤덤한 대답에서 진정성을 느꼈다.

육십에 시작한 카페, 그 후

초저녁부터 시작된 대화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자연스레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나의 꿈도 털어놨다. 술기운 탓인지 카페 주인은 많은 얘기를 가감 없이 들려줬다.

"우리 부부는 공통점이 많았어요. 특히 팝송 좋아하는 건 더 그랬죠. 음악 들으면서 음악 얘기하느라 밤새우기 일쑤였습니다. 나이 육십이 되면 음악 카페를 차리자고 함께 약속했는데, 실제로 딱 육십이 되던 해에 이 카페를 차렸습니다."

"대단하시네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말이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말했어요. 좋아하는 음악 매일 들으면서 일하니까 좋겠다면서 부러워했죠."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듯 카페 경영은 만만치 않았다. 손님이 너무 없었다. 이따금씩 찾아주는 지인들과 지나가다 들른 뜨내기손님으로는 카페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카페 앞에서 쿠폰과 전단지를 나눠주는 일을 비롯해 여러 방법을 동원해 가게를 홍보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대출을 받아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날이 이어졌다. 개업 일 년쯤 됐을 때 카페를 계속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깊이 고민했다. 

다행히 개업 일 년 반쯤이 되자 손님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한 달에 몇 번씩 찾는 단골도 한두 명씩 생겼고, 입소문을 통해 찾는 손님도 늘어났다. 그동안의 적자를 조금씩 만회하기 시작했다. 카페를 개업한 이래로 가장 행복한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그저 먹고 살 정도만 벌길 원했지만 그마저 쉽지 않았다. 2년 동안 열심히 홍보하면 그때부터는 손님이 손님을 데리고 와 저절로 굴러가는 구조가 된다던 어느 마케터의 책 내용과 현실은 달랐다. 매일매일 눈이 아프도록 매달린 SNS 홍보 활동을 조금이라도 게을리하면 그 결과가 여지없이 현실로 나타났다. 자칭 파워블로거라는 사람의 제안에 따라 거금의 홍보비용을 투자했지만 효과는 일시적이고 미미했다.

시간이 지나자 단골들이 하나둘씩 발길을 끊었고 손님 수가 다시 줄어들었다. 어쩌다 온 손님들도 썰렁한 분위기 때문에 도로 나가기 일쑤였다. 두 사람은 지쳐갔다. 설상가상으로 평소 몸이 허약하던 아내는 건강이 나빠졌고 우울증이 왔다.

직원을 채용할 여유가 없어 남편 혼자 카페를 운영하게 됐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혼자서 모든 걸 도맡다 보니 서비스의 질과 양이 떨어졌고, 피로에 지친 주인의 모습은 카페 분위기를 더 가라앉게 했다. 막막한 미래가 두려웠지만, 그보다는 카페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게 급선무였다. 결국 그는 카페를 내놨다.

"카페를 내놓은 지 꽤 됐는데 그마저도 뜻대로 안 되네요."

독한 칵테일을 마시며 말하는 카페 주인의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카페의 처지를 묘사라도 하듯 제이 디 사우더의 노래 'The Sad Cafe'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노랫말처럼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꿈을 이룰 수 없다
 
 독한 칵테일을 마시며 말하는 카페 주인의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  독한 칵테일을 마시며 말하는 카페 주인의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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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묵했다. 뭔가 위로의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침묵을 깨뜨린 쪽은 카페 주인이었다.

"카페, 왜 하시려고요?"

기습하듯 치고 들어온 질문에 당혹한 내게 그가 또 물었다.

"음악 좋아하시죠?"

"아, 네. 뭐, 조금..."

"좋아하는 것과 경영은 본질적으로 다르더군요. 잘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잘 안다는 이유로 카페를 차렸다가 실패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좋아하고 잘하는 건 당연한 요소죠. 인테리어를 예쁘게 꾸미고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사업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겁니다.

그런 기본적인 것들이 아니라, 내가 왜 카페를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느냐 없느냐가 사업의 핵심이에요. 그게 제게는 없었어요. 분명한 모토가 없이 사업을 시작하면 즐겁게 일하지도 못하고 성공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카페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나서야 알게 됐네요."


자조와 회한이 섞인 조언이었다. 그날의 대화 중에 가장 선명한 기억으로 남은 말이기도 했다.

그날 밤에도 나는 잠을 쉬이 이루지 못했다. '카페를 왜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당신은 그 카페가 실패한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카페 주인의 절절한 조언을 뒤로한 채, 여전히 인테리어나 서비스, 마케팅 따위를 실패의 요인으로 짚으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정말 카페를 차려서는 안 될 사람이다. 이 땅의 수많은 카페 운영 실패자가 바로 당신과 같은 생각을 했을 테니까.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카페 차릴 꿈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 당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커피를 사랑하고 커피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그래서 독특한 인테리어와 획기적인 마케팅으로 커피 마니아들을 단골로 만들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에 부푼 당신에게 묻고 싶다.

카페, 왜 하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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